미국의 민주주의를 읽다


양자오楊照 지음
조필 옮김
2018-05-14
ISBN 9791185152844
294쪽
사륙판
15000원

 


저자 소개

양자오楊照

중화권의 대표적 인문학자. 타이완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학교에서 역사학을 공부했다. 『명일보』明日報 주간, 『신신문주간』新新聞週刊 편집장, 위안류遠流출판사 편집장, 타이베이예술대학 주임교수를 역임하는 등 언론, 출판, 교육 분야에서 다채롭게 활약했으며 현재는 『신신문주간』 부사장 겸 뉴스 전문 라디오방송국 ‘News98’의 시사프로그램 진행자이다. 선생은 청핀誠品 강당과 민룽敏隆 강당에서 일반 대중을 상대로 10년 가까이 동서양 인문고전 읽기 강좌를 진행해 온 참여형 인문학자이기도 하다. 보기 드문 통섭적 지식인인 그는 『색소폰을 부는 혁명가』, 『위대한 사랑』 등의 문제적 소설을 쓴 작가이자 『나의 21세기』, 『지식인의 눈부신 황혼』, 『노마드의 관점』, 『문학, 사회, 역사적 상상』, 『독서의 밀림에서』, 『문제적 시대』, 『이성적 인간』 등의 탁월한 평론집을 낸 비평가이기도 하다.

조필

대학에서 중국어를 공부했다. 중국 교양서와 소설을 몇 권 번역했다.


책 소개

왜 미국의 민주주의인가?

이제 와서 민주주의라니, 이게 무슨 소리일까 의아해하는 분도 계시겠습니다. 심지어 ‘미국의 민주주의’입니다. 초강대국 미국이 대단한 건 사실이고 전 세계의 각 분야에 미국의 영향이 크고 넓다는 건 알지만, 미국의 민주주의라는 말은 어쩐지 너무 당연한 말을 반복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학교에 다닐 때 고대 그리스에서도 (꽤 제한적이었지만) 민주주의가 있었다고 배웠습니다. 그러므로 민주주의라는 개념은 우리에게 낯설지 않고, 딱히 지금의 민주주의와 큰 차이가 있음을 의식할 필요도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의외로 고대 그리스를 지난 후 민주주의는 문헌과 사상 속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것이 되었고, 미국이 영국에게 독립하고 나서야 비로소 대규모의 토지와 사람에게 적용된 모습을 보게 된 것입니다.

여기에 미국에서 우리가 현재 누리고 일구고 있는 민주주의가 시작되어 정착되는 과정을 목격한 토크빌의 『미국의 민주주의』가 있습니다. 토크빌의 『미국의 민주주의』에서 먼저 우리가 알아야 할 점은 토크빌이 대혁명을 겪고 난 프랑스의 관료라는 사실입니다. 자유, 평등, 박애라는 구호와 드라마틱한 전개로 세계사에 깊은 인상을 남긴 프랑스 대혁명은 그 이후로도 오래도록 프랑스를 혼란에 빠뜨렸습니다. 그리고 대서양 너머 저쪽의 미국에서는 또 다른 혁명인 독립 혁명이 일어났지요. 끊임없이 사람이 죽어 나가면서도 쉽사리 질서를 찾지 못했던 프랑스에 비해 미국의 상황은 독립전쟁 이후로 차근차근 안정을 찾아 갔습니다.

구귀족이자 당시의 관료이기도 했던 토크빌은 그런 미국을 관찰하러 미국으로 갑니다. 프랑스의 끝나지 않는 혼란에도 지쳤겠죠. 여행을 마치고 프랑스로 돌아간 토크빌은 그가 미국에서 얻은 소득을 『미국의 민주주의』에 쏟아붓습니다. 그는 어지러운 정세에 빠진 프랑스에 미국의 상황을 설명하고 프랑스도 좀 더 나은 상태로 가자고 설득하고 싶었습니다. 토크빌의 역작 『미국의 민주주의』 두 권은 그렇게 해서 나왔습니다.

뛰어난 관찰과 안목이 보여 주는 민주주의와 평등
그리고 우리가 생각해야 할 민주주의와 평등

동서양의 고전 원전을 읽도록 이끈 타이완의 지식인 양자오의 고전 강의 목록에, 토크빌의 『미국의 민주주의』가 올라갔습니다. 양자오의 고전 강의 총서가 그래왔듯, 여기에서도 양자오는 『미국의 민주주의』가 쓰인 배경을 역사 맥락에서 살펴봅니다. 거의 동시대에 이루어진 프랑스 대혁명과 미국 독립 혁명의 비슷한 점과 다른 점, 그 차이가 가져온 역사의 현재와 가져올 미래를 다방면에서 설명하고 분석합니다. 두 권으로 이뤄진 엄청난 분량의 책이라 독자가 단단히 준비하지 않으면 포기하기 십상인 토크빌의 『미국의 민주주의』를, 양자오는 이 책 『미국의 민주주의를 읽다』를 통해 독자가 통섭적으로 읽을 수 있도록 안내하는 동시에, 현대의 우리에게 민주주의와 시민 의식, 평등에 대해 스스로 돌아보고 생각해 보도록 권합니다.

민주주의는 우리에게 익숙한 체제이고 평등은 민주주의에서도 중요한 원리입니다. 이 평등을 행사하기 위한 시민 의식 또한 빠질 수 없는 핵심입니다. 양자오는 토크빌이 프랑스와 미국을 찬찬히 비교하는 내용을 설명하는 동안 틈틈이 타이완의 민주주의를 말합니다. 그에게도 『미국의 민주주의』는 그저 옛 고전만이 아닌 것이죠. 사실 우리 또한 그렇습니다.

우리에게도 민주주의는 100년조차 되지 않은 신문물입니다. 우리의 현대사를 보면 이 짧은 시간 속에서 민주주의는 세워지고 흔들리고 단단해지기도 합니다. 지난 촛불 혁명의 역량과 결과 그리고 점차 강해지는 시민 의식을 보자면 앞으로 우리의 민주주의는 더 나아지겠지요. 우리는 좀 더 민주주의에 관심을 갖고 시민 의식을 생각하고 평등과 인권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미국의 민주주의는 우리에게 훨씬 앞선 선배인지도 모릅니다. 현대의 민주주의를 만들어 세계로 전파하고 우리나라의 헌법 제정에도 영향을 미친 나라이니까요.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위해 미국의 과거를 살펴보는 것은 어쩌면 꽤 의미 깊은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근본을 읽는 것이 되겠지요. 토크빌이 안타까워한 대혁명 이후의 프랑스 모습이나 그가 부러워한 미국 민주주의의 현재는 분명 밝은 미래를 꿈꾸는 우리에게 나침반이 되어 줄 것입니다.


차례

서문: 자본주의의 중심 미국을 지키는 평등 의식

1. 집권과 분권 사이에서 지속된 실험

왜 현대고전을 읽어야 하는가
미국인이어서 유감입니다
정치는 ‘미국 이야기’의 핵심
큰 주와 작은 주는 평등하다
승자가 모두 가져가는 선거인단 제도
‘국가’를 정의하는 세 가지 권력 기구
미국 민주주의의 특별한 발명: 대통령제
연방을 위해 일전도 불사하다
주의 것은 주에, 연방의 것은 연방에

2. 미국에 온 두 프랑스인

민주주의는 좋은 것
공화제는 작은 나라에만 적용되지 않는다
팸플릿에 웅변을 담아 이념을 전파하다
미국 민주주의를 객관적으로 분석한 프랑스인
프랑스 대혁명도 뒤집지 못한 관료 시스템
요동치는 정국, 혼란에 빠진 관료
프랑스인 두 사람, 미국에 대한 두 가지 관점
프랑스의 민주주의가 나아갈 길을 준비하다

3. 미국의 두 가지 키워드 이해하기

역사는 평등해지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진보 사관을 믿는 독자에게 쓰다
평등은 신의 뜻이다
왜 미국이 프랑스보다 먼저 민주주의를 누리는가
지리와 기후가 식민지 사회의 형태를 결정한다
신대륙에는 유럽의 구귀족이 없다
자신의 신앙 왕국을 세우다
하버드는 원래 대학이 아니었다
민주주의는 왜 뉴잉글랜드에서 시작됐는가?

4. 현실 속의 민주주의

민주주의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비참하지도 않다
민주주의는 중간의 좋음과 선량을 만들어 낸다
인류 정치의 미래를 보여 주는 미국의 경험
미국에서 대통령의 권력과 국력은 정비례한다

5. 두 가지 자유를 구분하다

정부와 자유 사이에 있는 큰 모순
나폴레옹, 개인의 자유를 국가주의로 대체하다
두 가지 자유: 자연적 자유와 시민적 자유
청교도 도덕의 기초 위에 세운 시민적 자유
동질성이 타운 집회의 직접 민주주의를 만들다
대혁명은 결코 시민을 낳지 않았다
자립적인 타운이 실현한 지역 공공 정신
공공 정신이 집중적이고 효과적인 정부를 이룬다

6. 섬세한 삼권 배치

헌법 제정의 의미는 독립전쟁 그 이상
입법 위의 사법, 행정 위의 입법
입법권과 행정권 사이의 조정자 역할을 하는 정당
민주주의 제도가 갖춘 최고의 자기 수정 능력

7. 사회학적 시각

미국 민주주의의 구체적 내용을 서술한 1권
1권을 사회학적으로 분석한 2권
민주주의는 혁명이 아니라 공감에서 온다
개인에게 더 넓고 자유로운 상상을 가능케 하는 평등한 민주주의 사회
미국 사회를 앞으로 미는 진보를 예측하다
대중성과 실용성은 ‘좋음’을 판단하는 기준
차이를 따지지 않으니 디테일을 따지지 않는다
정전正典이 되는 미국 언어, 문학과 시가 없다
미국의 민주주의와 관련이 없어도 깊이 생각해 볼 만한 관찰

8. 모든 곳에 미치게 된 ‘평등’의 효과

대혁명은 박애가 무서운 것임을 증명했다
평등은 자유보다 환영받기 쉽다
민주주의와 평등의 후유증
재산은 평등한 사회에서 한 사람의 지위를 결정한다
재산 추구는 신의 선민이 되기 위한 것
민주적이고 평등한 사회일수록 경제 발전 동기도 크다?
평등한 사회는 더 이상 예의와 규범을 따지지 않는다
평등의 확장은 막을 수 없다
토크빌이 우리에게 남긴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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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후기: 현대적 민주주의 제도의 뿌리를 탐색하다


편집 후기
양자오를 알던 초기에는 (주제도 모르고;) 한동안 질투에 불탔습니다. 아니 너무 잘났잖아요. 학벌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너무 아우르는 범위가 넓어서 책을 읽기 전에는 비웃었습니다. 겉멋 잔뜩 든, 들어도 그만 듣지 않아도 그만인 소리를 하는 거 아니냐고. 더불어 원전 안내서 같은 책이 보기 어렵지 않으니 또 왜곡된 요약 정리인가 하는 선입견도 가득 있었습니다.

네,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지금은 그냥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이따금 양자오가 강의한다는 책 목록을 보며 한숨만 쉽니다. 뭐 이런 사람이 있을까요. 흑흑. 제가 양자오의 호객 행위에 넘어가서 산 관련서가 몇 권인지, 셀 수가 없습니다. 원전 요약 정리를 하는 것도 아닌데 양자오의 '안내서'를 읽고 나면, 세상에 너무나 그 원전이 궁금해지는 겁니다. 전에 읽은 책이라도 '이렇게도 볼 수 있구나!' 싶어지면 다시 봐야겠다 마음먹게 되는 거죠.

사설이 기네요. 하지만 이게 전부입니다. 이게 다예요. 저는 토크빌의 『미국의 민주주의』를 전혀 모르고, 읽어 볼 생각도 없었으며, 관심 자체가 없었습니다. '알 게 뭐람'이 제 기본 태도였습니다. 딱 봐도 너무 두껍고, 미국의 민주주의라는 말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라 이걸 이렇게 많은 양으로 두 권이나 쓸 이유를 알 수 없었거든요(건방지기도 하여라;). 그런데 이 책 『미국의 민주주의를 읽다』를 읽고 있자니 어떻게든 『미국의 민주주의』를 읽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거죠.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역사는 아주 짧습니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아이 수준일 텐데, 그러다 보니 늘 좌충우돌 여기저기 부딪히는 느낌입니다. 밖에서 보면 흥미롭겠지만 안에서 사는 우리는 힘들죠. 가끔 이게 다 뭘까 싶어질 때도 있고, 심할 때는 차라리 군주제가 나으려나 할 때도 있습니다. 아마도 그렇기에 민주주의에 대한 좀 더 깊은 이해가 필요한지도 모르겠다고,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했습니다.

귀족 출신 관료 토크빌이 미국의 민주주의를 관찰해 쓴 책입니다. 평민이 아닌 사람의 미국 독립 혁명과 이후 전개에 대한 입장은 미묘할 수밖에 없다고 보는데, 그래서 더 흥미롭습니다. 그리고 그 점들을 양자오는 야무지고도 조금 심술궂게 짚어 내며 주제와 연결합니다. 정말이지, 훌륭한 재담가이자 최고 호객꾼이에요. 저는 이번에도 설레며 읽고 작업하고 지갑이 털렸습니다. 혼자 망할 수 없어, 여러분의 일독을 권합니다. 우리, 같이 털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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